
서울복지타임즈 이재연 기자 | 전남 함평군이 별도의 예산 투입 없이 제도 개선만으로 전국 단위 규제 변화를 이끌어내며, 인구감소 시대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행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함평군은 농공단지 규제 개선을 비롯한 현장 중심 규제혁신을 통해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이를 전국 제도로 확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대규모 재정사업 중심의 지역 발전 방식과 달리, 행정의 방식 전환만으로 성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 인구감소 시대, 규제혁신이 지역 경쟁력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농공단지가 밀집한 소규모 군 단위 지역의 경우, 규제가 곧 기업 투자와 존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함평군은 이러한 현실을 행정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규제혁신을 단기 성과 중심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행정 전략으로 설정했다.
규제가 안전장치라는 본래 기능을 유지하되,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규정은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함평군의 규제혁신은 인구감소 시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인구감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규제의 유연성과 지역 맞춤형 행정 역량을 제시한 바 있다.
함평군 역시 산업 구조의 취약성, 청년 인구 유출, 고령화 심화 등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실제 인구는 1980년 약 9만 6천 명에서 2000년 약 4만 1천 명으로 감소하며 20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이에 군은 규제혁신을 일회성 정책이 아닌 행정 전반의 상시 업무 체계로 전환했다.
허가 지연 우려가 있는 사안은 규정 해석과 적용 방식을 재검토해 처리 기간을 단축했고, 지방규제개혁위원회는 실질 심사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농업·축산 분야 절차 정비와 민원 서류 간소화 등 이른바 ‘0원 규제개혁’을 추진하며 현장 체감형 규제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2. 농공단지 건폐율 완화…전국 제도 개선으로 확산
함평군의 대표적인 규제혁신 성과는 농공단지 건폐율 완화 사례다.
현행 제도상 농공단지 건폐율은 국가산단이나 일반산단보다 낮게 설정돼 있어, 기업 증설과 신규 투자를 제약해 왔다.
군은 현장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중앙부처에 수차례 건의한 끝에 2025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농공단지 건폐율은 70%에서 80%로 상향됐다.
이 조치로 전국 기준 약 784만㎡ 규모의 산업용지를 추가 확보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했으며, 기업의 증설·투자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 처벌보다 해법…적극행정으로 기업 존속 지원
현장형 규제혁신은 신기술 산업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함평군 내 한 신기술 비료 제조업체는 품질검사 결과로 인해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이 예정됐으나, 군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처분의 비례성과 기업 존속 가능성을 종합 검토했다.
청문 절차와 법령 해석을 거쳐 영업정지를 최소 과징금으로 전환함으로써 기업의 생산 재개와 고용 유지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적극행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사례는 농공단지 건폐율 완화와 함께 ‘2025년 전라남도 규제혁신 우수사례집’에 수록될 예정이며, 현장 중심 규제혁신 사례로 소개될 계획이다.
4. 연속 수상으로 입증된 규제혁신 성과
함평군의 규제혁신 노력은 각종 평가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전라남도 규제개혁 우수 시군 평가 최우수 기관 선정에 이어, 2024년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규제혁신 성과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해 특별교부세 2억 원을 확보했다.
같은 해 전라남도 평가에서도 장려상을 받아 2관왕을 달성했다.
2025년에도 전라남도 규제혁신 우수 시군 평가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하반기 행정안전부 주관 ‘지방규제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농공단지 건폐율 완화 사례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5. 지속 가능한 규제혁신 체계 구축
함평군은 앞으로도 규제혁신을 단기 성과 중심 정책이 아닌 행정 전반에 뿌리내린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기업의 입지·설립·가동·확장 과정에서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사전 조율 기능을 강화하고, 농업·생활 분야에서도 불합리한 절차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규제혁신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업과 주민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행정 전략”이라며 “작은 조직의 민첩성을 강점으로 삼아 지역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
